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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실의 자연치유 식탁 17] 각기 다른 예민함의 매력! 서민의 친구-고등어
  • 기사등록 2025-09-04 16:16:04
  • 기사수정 2025-09-10 16: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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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초등학교 친구가 보내준 번건조 고등어. 사진=고운실 칼럼니스트

여름 내내 흘린 땀 탓일까. 라디오 채널을 돌리던 내 귀에 문득 노라조의 노래 한 구절이 꽂혔다. “푸른 꿈과 푸른 등, 그대만을 위한 DHA, 나는 고등어여라—” 코믹한 멜로디가 귓가를 간질이는 순간, 밥맛을 돋워줄 음식이 떠올랐다. 제주에서 생선 도매상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맛있는 고등어 좀 보내 달라”고 했더니, 수화기 너머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요즘 고등어가 금(金)등어가 됐다고 한다. 

 

이맘때 쯤이면 남동생들이 대나무 낚싯대와 빨간 통을 들고 방파제로 나가 작은 고등어를 낚아오곤 했다. 거기에 보말 몇 개 까지 함께 주워 오면 어깨뽕이 올라가며 으스대는 날이다. 국민 반찬이라 불리던 고등어가 이렇게 귀해질 줄이야. 이런 저런 기억속에 고등어는 밥상의 값싼 단골이 귀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그저 묘하다.

 

어획량은 늘었지만, 유가 상승과 기후 변화로 조업 범위가 줄고, 어군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결과 소비자가 찾는 큰 고등어는 사라지고 작은 고등어만 넘쳐나는 아이러니 현상으로 밥상 물가에도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고등어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다렸고, 결국 몇 마리를 택배로 받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가 친구의 마음 씀씀이에 괜스레 미안함이 앞섰다.

 

■ 등푸른 생선 ‘사바사바’의 속어

가을이 다가오면 고등어는 기름기가 오르고 맛이 깊어진다. 그래서 예로부터 ‘가을 전어, 봄 도다리, 가을 고등어’라 할 만큼 계절 생선의 대표였다. 일본에서는 등푸른 생선 고등어를 ‘사바(さば)’라 불렀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단어가 변형되어 ‘사바사바(さばさば)’라는 속어가 생겼다는 점이다. 뒷구멍으로 떳떳하지 못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아부를 한다는 뜻인데, 고등어가 상하기 쉬워 ‘숨기고 얼버무린다’는 뉘앙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등이 언덕처럼 둥글게 솟아 ‘고등어(皐等魚)’라 불렸고, 본디 이름은 부엌칼 모양을 닮아 ‘고도어(古刀魚)’라 하였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기록된 이 이름은 일본에 건너가 어린 고등어를 귀히 여겨 부른 ‘고도리’에서 오늘날의 ‘고등어’로 변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고등어는 이름 속에도 바다와 사람의 삶이 스며든, 우리 민속의 흔적을 품은 생선이다.

 

■ 부위마다 다른 치유의 맛 

고등어는 등 푸른 생선의 대명사답게, 우리 몸을 살리는 치유 성분을 품고 있다. 전통 문헌에는 고등어라는 이름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식치(食療)의 개념으로 한의학적으로는 보혈(補血)과 익기(益氣), 안신(安神), 보뇌(補腦)의 개념과 연결된다. 고등어의 매력은 한 마리 안에서도 부위마다 서로 다른 맛과 식감을 품고 있어, 마치 인생의 여러 순간처럼 다채로운 풍미를 전해준다. 


•등살은 고등어 특유의 진한 풍미와 기름짐이 응축된 치유의 선물과도 같은 곳이다. 푸른빛을 머금은 이 살은 오메가-3 지방산이 가장 풍부해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억력을 지켜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뱃살은 은빛을 띠며 한결 부드럽다. 등살보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다. 뼈 건강에 좋은 비타민 D와 칼슘이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과 노인들의 밥상에 특히 어울린다.

•꼬리살은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운동하는 이들이나 체중 관리가 필요한 분들에게 더없이 좋은 부분이다. 담백하면서도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 인생의 묵직한 뒷맛을 닮았다. 

•내장 부위는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지니지만, 신선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강해 손질에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적절히 다루면 소량의 영양과 색다른 맛을 더해 주기도 한다.

 

다만 체질적으로 열이 많거나 피부 알레르기가 잦은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한다. 《본초강목》에서도 “등푸른 생선은 기름이 많아 오래 두면 독이 된다”고 기록했다. 결국 고등어는 신선할 때 바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 자연치유 식탁

①고등어 된장구이 (장내 미생물과 간 해독에 좋은 치유 음식)

[재료] 고등어 1마리(손질된 것), 된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생강즙 약간

매실청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참기름 약간, 후춧가루

[조리법]

•된장, 다진 마늘, 생강즙, 매실청, 올리고당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손질한 고등어에 칼집을 넣고 양념을 고루 발라 30분간 재운다.

•달군 팬이나 오븐에 앞뒤로 노릇하게 구운 뒤 참기름을 살짝 발라 완성한다.

•치유포인트로 된장의 발효균과 고등어의 오메가-3가 만나 장 건강과 혈액 순환에 도움되며, 간 해독을 돕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②고등어 채소찜 (현대식 저염 치유 레시피)

[재료] 고등어 필레 2장, 양배추·브로콜리·당근 등 채소, 올리브유, 레몬즙, 허브(로즈마리·타임), 소금 약간(저염), 후추

[조리법]

•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 찜기에 깔고, 그 위에 고등어를 올린다.

•올리브유, 레몬즙, 허브, 후추를 뿌려 15분 정도 찐다.

•마지막에 소금을 아주 소량만 뿌려 마무리한다.

•치유 포인트는 기름에 굽지 않고 쪄서 지방 섭취를 줄임.레몬과 허브가 비린내를 잡고 소화 촉진. 현대인의 고혈압·비만 관리에 효과적인 웰빙식이다.

 

■ 예민함이 주는 메시지

고등어는 예민하다. 잡자마자 손질하지 않으면 빠르게 상하고, 단백질의 부패로 이어진다. 그래서 늘 “바로 먹어야 제맛”이라 했다. 그 모습은 사춘기 아이 같기도 하고, 변덕스러운 인생의 한 시절 같기도 하다. 하지만 등살의 진함, 뱃살의 부드러움, 꼬리살의 단단함이 모여 고등어 한 마리가 완성되듯, 우리의 삶도 달콤함과 쓴맛, 묵직함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깊어진다.

 

고등어가 신선할 때 가장 맛있듯, 사람의 마음도 진실할 때 가장 빛난다. 삶은 바다와 같아. 고요한 날도 있고 거센 날도 있지만, 결국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그 속에서 언제나 어리석은 것은 우리 자신이란 걸 예민한 생선이 ‘삶의 섭리는 늘 균형 속에 있다’고 전해 주는 듯 하다. 고등어는 단순한 서민 반찬 같지만, 그 속에는 건강과 위로, 그리고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오늘 저녁, 나는 기름이 지글지글 튀는 고등어를 구워볼까 한다. 연기와 향 속에서 나는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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