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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실의 자연치유 식탁 10] 여름을 견디는 부드러운 힘-보라빛 찬사의 가지
  • 기사등록 2025-08-11 17: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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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이름모를 텃밭을 지나면서 촬영. 사진=고운실 칼럼니스트


■ 보라빛 화해, 가지가 내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보라색을 좋아하지 않았다. 옷장에도, 식탁에도 보라색은 좀처럼 자리 잡지 못했다. 나는 늘 경험을 통해서야 조금씩 마음을 열고 깨닫는 편이다. 음식의 색깔과 색채심리학을 공부하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건강의 신호! 보랏빛과 그 껍질 속 항산화 성분에 대해 알고 나서야 보라색에 대한 마음이 서서히 바뀌었다. 어느 날, 구내식당에서 처음 맛본 튀긴 가지 위에 얹힌 새콤달콤한 양념은 내 입맛을 사로잡는 일이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가지의 질감, 혀끝에서 퍼지는 산뜻한 신맛과 달콤함이 절묘하게 섞여,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가지를 다시 보게 했다.

 

어릴 적 여름이면 어머니는 저녁 반찬거리를 위해 텃밭을 가리키며,..., “운실아, 고추랑 오이, 가지 좀 따와라.” 라고 하셨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풀밭의 모기와의 전쟁을 피하려 못 들은 척했다. 그러나 누나들 말이나 어머니 말씀을 잘 듣던 남동생들은, 모기를 싫어하면서도 결국 심부름을 나갔다. 그 풀밭의 전쟁 끝에 어머니가 만든 보라빛의 든든한 음식을 기다리며 심부름을 하던 동생들이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 결혼 후에도 가지는 내 삶 속에 꾸준히 등장했다. 가끔 올케가 보내주는 택배 상자 속에는 꼭 가지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걸로 볶아 드세요.’라는 짧은 메모와 함께 도착한 가지에는 뙤약볕 속에서도 묵묵히 자라난 여름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반찬 재료가 아니라 ‘여름을 잘 버텨보라’는 작은 위로였다. 그 진실한 보라빛을 보며 나는 혼자 중얼거린다. “그래, 여름을 이기는 힘은 이렇게 조용한 정성 속에 있구나.” 그리고 고마움에 베시시 웃게 된다.

 

■ 보라빛 약초의 사연 

가지는 흔한 여름 채소지만, 전통 설화와 민간 이야기 속에서는 꽤 특별한 존재였다.

옛날 전라도 어느 마을에, 어머니를 홀로 둔 아들이 살았다. 가난해 늘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아들은 어느 날 산속 약초꾼에게서 “보라색 꽃이 피는 식물은 몸의 열을 내려주는 힘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들은 마을 어귀 텃밭에 가지를 심고, 어머니의 여름 식탁에 매일 올렸다. 지독한 더위를 타던 어머니는 이 가지를 먹으며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또 한 민간 이야기에서는 가지가 ‘고요한 기운을 품은 채소’라 불렸다. 농부들은 “보라빛 채소를 먹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분노가 가라앉는다”고 믿었다. 아마도 가지가 전하는 부드러운 맛이 사람의 마음을 잠재우는 효능을 연상하게 했을 것이다.

 

■ 보라빛 껍질 속의 항산화 비밀

현대 영양학에서도 가지는 놀라운 식품이다. 가지 껍질의 진한 보라색은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이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노화 방지, 심혈관 질환 예방,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또, 열을 내리고 부기를 빼는 채소다. 가지는 성질이 서늘해 더위로 달아오른 몸을 식히고, 부종을 완화하며, 소염 효과도 있다. 게다가 혈압 조절과 다이어트에 좋은 채소라서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여름이면 꼭 가지를 먹었다. 더위를 견디는 법을, 자연은 이미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던 셈이다.

 

 

 

■ 가지로 만든 여름의 위로

①올케표 새콤달콤 가지무침

[재료] : 가지 3개, 양파 반 개, 고추 약간, 간장, 식초, 설탕, 다진 마늘, 참기름

[조리법]

가지를 4등분해 찜기에 살짝 쪄낸다. (전자레인지에 3분 돌려도 된다.)

젓가락으로 길게 찢어 식힌 뒤, 양파와 고추를 곁들인다.

간장·식초·설탕·다진 마늘을 섞어 만든 새콤달콤 양념장을 부어 가볍게 무친다.

마지막으로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여름 가지무침 완성이다.

 

②속을 풀어주는 ‘가지 된장국’

[재료] 가지 2개, 된장 2큰술, 멸치육수 3컵 (멸치·다시마로 우려낸 국물)

양파 1/4개, 대파 1/2대, 다진 마늘 약간, 청양고추 1개 (기호에 따라)

[조리법]

냄비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10분 정도 끓여 깊은 맛의 육수를 만든 뒤 건더기를 건진다. 가지는 길게 반 갈라 3~4cm 길이로 썰어 물에 잠시 담가 떫은 맛을 빼서 가지를 손질한다. 된장을 체에 풀어 육수에 넣고 팔팔 끓이고, 준비한 가지와 양파, 다진 마늘을 넣고 5~7분 끓인다.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어 은은한 매운 향을 더하면 속이 뻥 뚫리는 맛이 된다.

 

된장의 발효균과 효소가 장 건강을 돕고, 가지의 안토시아닌과 풍부한 식이섬유가 체내 독소 배출과 해독을 도와준다. 여름철 더위로 지친 속을 달래고, 몸이 붓거나 소화가 더딜 때 특히 좋다. ‘속이 편해야 마음도 편한 법!’이다. 된장의 구수한 향과 가지의 부드러운 살이 국물에 녹아들면, 묘하게도 더위와 짜증이 사라지고 마음까지 정리되는 기분이 들 것이다.”

 

가지는 참 부드러운 채소다. 찜기에 올려 살짝만 쪄도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젓가락으로 찢는 순간 결이 드러난다. 그 순간 느껴지는 것은 ‘이 부드러움은 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견뎌낸 시간에서 나온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보라색은 붉은색의 열정과 파란색의 평온이 만나 만들어진 색으로, 몸과 마음을 잇는 다리 같은 색이다. 색채심리학에서는 상처 난 마음을 달래고, 깊은 사유와 치유를 이끄는 영혼의 컬러에 관심을 가져 보기 바란다. 나는 그 말을 가지 위에 그대로 옮겨놓고 싶다. 햇볕에 그을린 텃밭에서 묵묵히 자란 가지 껍질은 단단하지만 한 번 쪄내면 속은 부드럽게 풀린다. 그리고 그 가지 위에 피는 작은 보라꽃은 ‘진실’을 상징한다. 그 진실은 ‘힘든 계절을 견디는 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정성을 쌓아가는 것’임을 알려준다. 우리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고단한 하루도 그렇다. 때로는 단단해 보여야 하지만, 결국 부드러움이 우리를 살린다.

 

오늘 저녁, 보라빛 가지 한 접시를 올려보자. 그리고 이렇게 다짐해보자. “견디는 힘도, 부드러워지는 힘도, 그리고 진실하게 사는 힘도 결국 내 안에 있다.” 그렇게 가지는 오늘도 우리 식탁 위의 작은 약초로, 여름을 이기는 보라빛 처방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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